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남자의 서재

대자연과 세계적인 슬픔

by 열번째남자 2021. 2. 16.

책소개

“시란 무엇일까. 그리고 시인이란 어떤 존재일까. 이런 근본적인 질문을 품게 하는 시집이 있다. 그 누구도 손쉽게 대답할 수 없는 질문들. 어떤 시집들은 ‘전위’ 혹은 ‘메타’라는 이름으로 질문을 전달하고, 이를 받아 본 독자는 자신의 독서 태도 및 습관에 대해 역시 근본적으로 고민한다. 그런데 그간의 한국시를 돌이켜 보면, 저 근본적인 질문들은 대개 젊은 시인들이 짊어졌고, 시의 오랜 독자들은 다소 당혹스러운 기색을 감추지 못했던 것 같다. 이를테면 필시 여물지 않았을 그 질문과의 씨름을 두고, 어려운 질문을 제기한다는 의미에서는 매우 좋은 시도이나, 이것이 과연 좋은 시인지 잘 모르겠다는 식의 유보적인 태도 같은 것들 말이다.

좋은 시의 정의를 두고 펼쳐지는 창과 방패의 대결에서 젊은 시인들은 부수고, 오랜 독자들은 보호한다. 그러나 이 끝없는 대결이야말로 오늘날 한국시를 여느 예술 영역에도 뒤처지지 않을 아름다움의 보고이자, 세계 다른 어느 곳에서도 찾아보기 어려운 사랑받는 장르로서 자리매김할 수 있게 만들었다고 얘기할 수 있을 것이다. 일방적 대화가 아닌 긴장적 대화를 통해 장르로서 시는 설득적이고 신뢰할 만한 방식으로 그것의 아름다움을 전개해 왔기 때문이다. 그런데 이 대결 가운데 누군가는 항상 조금 억울해 보인다.

왜 저 가장 어려운 질문에 젊은 시인들만 대답해야 하고, 그 결과와 관련해 그들은 언제나 핀잔을 듣는 위치에 존재해야 하는가. 시인의 젊음은 시를 위해 존재해야 하는가. 왜 그래야만 하는가. 시를 두고 벌이는 이 기묘한 고부 갈등과 같은 상황에, 젊은 시인들은 점차 문학사의 시간을 떠나 역사 혹은 생활의 시간으로 향한다. 어느덧 오늘날 젊은 시인들은 세상이 붙여 준 ‘젊은’이라는 이름표를 떼어 내며, ‘나’의 시를 만들어 간다. 그들은 첨단화될 대로 첨단화된 혹은 노쇠화될 대로 노쇠화된 저 자율적인 장르로서의 ‘시’를 떠난다. 창과 방패의 대결은 이제 2000년대까지나 가능했던 무엇인 셈이다. 그러나 이 모든 것을 뚫고 나오는 예외 또한 언제나 존재한다.

[인터넷 교보문고 제공]

 

저자소개

저자: 박민혁
1983년에 태어났다.

서울예술대학 문예창작과, 동국대학교 문예창작학과를 졸업했다.

2017년 〈현대시〉를 통해 시인으로 등단했다.

시집 〈대자연과 세계적인 슬픔〉을 썼다.

[인터넷 교보문고 제공]


 

자료출처: 네이버 북 book.naver.com/bookdb/book_detail.nhn?bid=17895221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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